지역소멸/새로운 관점의 문제 분석

관계인구라는 새로운 대안: 정주인구가 아닌 생활인구를 늘리는 일본의 성공 사례와 한국형 모델 제안

구0305 2025. 7. 29. 09:06

 

'관계인구'라는 새로운 대안: 정주인구가 아닌 생활인구를 늘리는 일본의 성공 사례와 한국형 모델 제안


대한민국 지자체들은 '정주인구 늘리기'라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각종 귀농·귀촌 지원책과 출산 장려금을 내걸지만,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과 저출산이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 대부분 백전백패입니다. 인구 감소가 제로섬 게임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 지역으로 이사 오세요'라는 외침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 걸까요? 우리보다 먼저 인구 소멸 위기를 겪은 일본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바로 '관계인구(関係人口)'라는 개념입니다. 이는 이주나 전입을 강요하는 대신, 지역과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맺고 꾸준히 방문하며 지역에 활력을 더하는 새로운 유형의 인구를 의미합니다. 본 글에서는 정주인구 신화의 한계를 명확히 짚고, 일본의 성공 사례를 통해 관계인구의 구체적인 모습과 잠재력을 분석하며, 대한민국 현실에 맞는 '한국형 관계인구' 모델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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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소멸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 '관계인구'의 등장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는 길 위에서 한 사람이 어떤 길로 갈지 고민하는 모습

지금까지의 인구 정책은 '정주인구(定住人口)'와 '교류인구(交流人口)'라는 이분법적 틀에 갇혀 있었습니다. 정주인구는 해당 지역에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하는 사람, 교류인구는 일회성으로 방문하는 관광객을 의미합니다. 지자체들은 정주인구를 늘리기 위해 경쟁했지만 이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에 불과했고, 관광객 유치는 지역과의 깊은 유대감 형성 없이 소비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관계인구'는 바로 이 중간지점에 존재하는, 간과되었던 잠재력입니다. 이들은 비록 주민등록을 옮기지는 않았지만, 특정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방문'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과 관계를 맺습니다. 주말마다 찾는 주말농장 주인, 휴가 때마다 찾아와 일손을 돕는 봉사자, 자신의 전문 기술로 지역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재능기부자, 고향사랑기부제 참여자 등이 모두 관계인구에 해당합니다. 이들은 단순한 방문객을 넘어 지역의 든든한 '응원단'이자 '협력자'로서,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지속가능한 인적 자원이 됩니다.


일본의 성공 사례: '제2의 고향'을 만드는 관계인구 프로젝트들

일본은 2010년대부터 '관계인구 창출'을 주요 지역 활성화 전략으로 채택하며 다양한 성공 모델을 만들어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고향납세(ふるさと納税, 후루사토 노제)' 제도가 있습니다. 개인이 원하는 지자체에 기부하면, 세액 공제 혜택과 함께 해당 지역의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받는 이 제도는, 도시민들이 애향심을 표현하고 지역과 경제적 관계를 맺는 가장 대중적인 방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 다른 모델은 '지역 프로젝트 참여형' 관계인구입니다. 시코쿠의 작은 산골 마을 가미야마(神山)정은 IT 기업들의 위성 오피스를 유치하고, 도시의 예술가와 개발자들이 지역의 빈집을 개조하여 '일과 삶의 새로운 방식'을 실험하는 장을 마련했습니다. 이들은 주민등록을 옮기지 않고도 한 달 살기, 프로젝트 참여 등을 통해 지역의 일원이 되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지역 경제에 기여합니다. 또한, '농업 체험형' 관계인구 모델도 활발합니다. 니가타현의 '논 오너 제도'는 도시민이 일정 금액을 내고 특정 논의 주인이 되어, 주말마다 찾아와 모내기, 김매기, 추수 등 농사 과정에 참여하고 가을에는 자신이 기른 쌀을 받아가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는 단순한 농촌 체험을 넘어, 도시민에게 '제2의 고향'과 같은 소속감을 부여하며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하는 성공적인 전략입니다.

유형 일본 사례 주요 내용 핵심 효과
경제적 관계형 고향납세 (후루사토 노제) 세금 기부를 통해 지역 특산품을 받고 경제적으로 지역을 후원 지자체 재정 확충, 지역 특산품 판로 개척
프로젝트 참여형 가미야마정 예술가/IT 전문가 유치 도시의 전문 인력이 지역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재능과 아이디어 공유 신규 창업, 빈집 활용, 지역 이미지 혁신
체험/소유형 니가타현 논(rice paddy) 오너 제도 도시민이 특정 논의 주인이 되어 농사 과정에 참여하고 수확물 공유 소속감 부여, '제2의 고향' 인식 형성, 지속적 방문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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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관계인구 모델 제안: '디지털 노마드'부터 '주말 주민'까지

바다가 보이는 카페 테라스에 앉아 노트북으로 원격 근무를 하는 사람

일본의 성공 사례는 한국의 현실에 맞는 관계인구 모델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첫째, '워케이션(Workation) 거점' 모델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가 확산된 트렌드를 활용하여, 강원도 양양이나 제주도, 남해안의 한적한 마을에 고속 인터넷과 업무 시설을 갖춘 '워케이션 센터'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IT 기업 및 프리랜서들을 대상으로 장단기 체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 문화 체험과 연계하여 일과 휴식, 그리고 지역과의 교류가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하는 모델입니다. 둘째, '주말 주민(Weekend Citizen)' 제도 도입입니다. 특정 지역을 자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주말 주민증'을 발급하고, 지역 내 공공시설(도서관, 체육시설 등) 이용 혜택이나 제휴 상점 할인 등을 제공하여 소속감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들에게 작은 텃밭을 분양해주거나 마을 행사 참여를 독려하며 점진적으로 관계의 깊이를 더해갈 수 있습니다. 셋째, '재능 교환 플랫폼' 구축입니다.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소농(小農)과 도시의 마케팅 전문가를, 디자인이 필요한 마을 기업과 도시의 디자이너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드는 것입니다. 도시의 전문가는 자신의 재능을 의미 있게 사용하고, 지역은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하며 함께 성장하는 상생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형 모델 핵심 타겟 주요 프로그램 / 인센티브 기대 효과
워케이션 거점 디지털 노마드, 원격근무자 고속 인터넷, 공유 오피스, 단기 숙소, 지역 문화 체험 연계 평일 생활인구 증대, 새로운 아이디어 유입
주말 주민 제도 수도권의 4050세대, 은퇴자 주말 주민증 발급, 공공시설 할인, 주말 텃밭 분양 주말 상권 활성화, 잠재적 귀촌 인구 발굴
재능 교환 플랫폼 전문직 종사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온라인 매칭, 프로젝트 단위 협업, 숙소 및 활동비 지원 지역 문제 해결, 인적 네트워크 확장, 사회적 자본 축적

지속가능한 관계를 위하여: 필요한 정책 지원과 미래 비전

여러 사람이 모여 회의를 하며 새로운 정책과 비전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

관계인구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인식적 전환이 필수적입니다. 지자체는 더 이상 '주민등록 인구수'라는 단 하나의 지표에만 매달려서는 안 됩니다. 지역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지역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생활인구'와 '관계인구'의 규모와 활동을 측정하고 이를 성과 지표로 삼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중앙정부는 워케이션 활성화를 위한 세제 혜택이나 '관계인구 지원센터' 설립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각 지역이 특색에 맞는 관계인구 유치 전략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기업 역시 직원들에게 '워케이션 휴가'를 장려하거나,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임직원들의 전문성을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모든 국민이 대한민국 어딘가에 제2의 고향을 갖게 한다'는 비전 아래, 정부, 지자체, 기업, 그리고 개인이 함께 노력할 때 관계인구는 인구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 전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사람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사람과 사람, 도시와 농촌의 관계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길입니다.

주체 필요한 역할 및 정책 지원
중앙정부 관계인구 개념 법제화, 생활인구 통계 시스템 구축, 기업 대상 세제 혜택 마련
지방자치단체 주민등록 인구 중심의 성과지표 탈피, 지역 특화 관계인구 유치 전략 수립 및 실행
기업 워케이션 제도 도입, 임직원 재능기부 및 사회공헌활동 장려
개인 (도시민) '제2의 고향' 찾기, 고향사랑기부제 참여, 지역 프로젝트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참여

넘어야 할 과제: '관계'의 질과 지속가능성 확보

관계인구가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몇 가지 현실적인 과제를 반드시 넘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의 질'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여 무분별하게 방문객을 유치하거나, 지역 주민들의 준비 없이 외부 인력이 유입될 경우, 오히려 갈등을 유발하고 '관계 피로감'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관계인구 정책은 지역 주민과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을 바탕으로, 점진적이고 유기적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또한, 일회성 이벤트나 단기 지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계가 지속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역과 관계인구를 잇는 코디네이터를 양성하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새로운 협력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만 피상적인 관계를 넘어 진정한 파트너십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역할: 관계를 잇고 확장하는 플랫폼

물리적 거리의 한계를 극복하고 관계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의 활용은 필수적입니다. 지역별 '관계인구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여, 지역의 소식과 필요를 도시민에게 꾸준히 알리고 참여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 플랫폼을 통해 재능 교환 매칭이 이루어지거나, 지역 농산물 공동구매, 온라인 마을 회의 등이 가능해집니다. 또한, 메타버스(Metaverse) 기술을 활용하여 지역의 매력적인 공간을 가상으로 체험하게 함으로써 잠재적 관계인구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SNS를 통한 꾸준한 소통 역시 중요합니다. 지역의 소소한 일상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것은, 화려한 홍보보다 더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힘을 가집니다. 이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다층적인 소통 채널을 마련할 때, 관계인구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지역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함께할 수 있습니다.

결론: 관계인구, 지역의 미래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희망

인구 소멸의 위기 앞에서 더 이상 '정주인구'라는 낡은 지표에 얽매여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우리 지역을 사랑하고 기여하는가'로 관점을 전환해야 합니다. 관계인구는 제로섬 인구 쟁탈전에서 벗어나,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고 전 국토가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안입니다. 물론 이는 단기간에 쉽게 이룰 수 있는 목표는 아닙니다. 지역의 고유한 매력을 발굴하려는 노력, 외부의 인재와 진심으로 소통하려는 열린 마음,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이 함께 어우러져야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제2의 고향'을 가질 수 있을 때, 대한민국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구분을 넘어 어디에 살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로 거듭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