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멸 9

군부대 이전·해체, 지도에서 사라지는 '군인 마을'의 기록

군부대 이전·해체, 지도에서 사라지는 '군인 마을'의 기록 1. 하나의 운명 공동체: 군부대와 함께 태어나고 성장한 도시 강원도 화천, 양구, 인제, 경기도 연천. 이들 접경지역 도시들의 역사는 군대의 역사와 사실상 동일합니다. 한국전쟁 이후, 국가 안보 논리에 따라 수많은 군부대가 주둔하면서 허허벌판이었던 땅에 도시가 생겨났습니다. 젊은 군인들과 그 가족들의 수요는 곧 시장을 형성했습니다. 식당, 목욕탕, 이발소, PC방, 군장점 등 모든 상점은 군인을 상대로 문을 열었습니다. 주말 외출·외박 나온 군인들로 거리는 늘 북적였고, 이들이 쓰는 돈은 그대로 지역 경제의 핏줄이 되었습니다. 이들에게 군부대는 단순한 주둔지가 아닌, 도시의 심장이자 ..

행정구역 통합'은 과연 만능열쇠일까?: 옥천-보은 통합 무산 사례로 본 주민 갈등과 실효성 문제

'행정구역 통합'은 과연 만능열쇠일까?옥천-보은 통합 무산 사례로 본 주민 갈등과 실효성 문제 1. '규모의 경제'라는 달콤한 약속, 행정구역 통합론의 등장 인구는 줄고, 재정은 악화되며, 행정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는 악순환. 지방소멸 대응의 시급함 속에서 '행정구역 통합'은 매우 논리적이고 효율적인 해결책처럼 제시됩니다. 인접한 시·군을 하나로 묶어 중복되는 행정 비용을 줄이고, 공무원 조직을 슬림화하여 행정 효율화를 꾀하자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인구와 면적을 키워 보다 강력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규모 국책 사업 유치나 광역 교통망 확충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습니다. 이론적으로 행정구역 통합은 흩..

KTX가 지역소멸을 가속화한다? '빨대효과'의 실체와 교통망의 역설

KTX가 지역소멸을 가속화한다? '빨대효과'의 실체와 교통망의 역설1. 장밋빛 기대, 그러나 차가운 현실2004년, 대한민국은KTX개통과 함께 전국 반나절 생활권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당시 정부와 언론, 그리고 수많은 국민은 고속철도가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기회의 통로'가 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수도권의 관광객들이 손쉽게 지방을 찾고, 기업들의 지방 이전이 활성화되며, 국토균형발전의 초석이 되리라는 장밋빛 전망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KTX 개통 이후 오히려 지역 상권이 위축되고 인재 유출이 심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로 교통망 발전의 ..

지역소멸 위기, '드론'이 구세주? (농업, 물류, 안전 감시 활용 사례 분석)

지역소멸 위기, '드론'이 구세주? (농업, 물류, 안전 감시 활용 사례 분석)인구 감소와 초고령화로 인해 지방의 농어촌은 노동력 부족과 사회 기반 시설 붕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농사지을 사람이 없고, 생필품 하나를 사기 위해 읍내까지 몇 시간을 나가야 하며, 위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어려운 현실. 이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현주소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4차 산업혁명의 총아인 '드론'이 지역소멸 문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더 이상 취미용 장난감이 아닌, 사람의 손과 발, 눈을 대신하는 '비대면 자동화 기술'로서 드론이 가진 잠재력은 무궁무진합니다. 본 글에서는 드론이 어떻게 농업, 물류, 안전이라는 3대 핵심 분야에서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는 혁신적인 도구로 ..

지방대의 위기가 지역 소멸에 미치는 영향 분석 (feat. 졸업생의 수도권 유출 현상)

지방대의 위기가 지역 소멸에 미치는 영향 분석 (feat. 졸업생의 수도권 유출 현상) 지역소멸의 수많은 원인 중, 우리는 종종 가장 조용하지만 치명적인 진원지를 간과합니다. 바로 '지방대학의 붕괴'입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신입생 미달 사태는 이제 뉴스거리도 아닐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대학 하나의 존폐 문제를 넘어, 지역의 생명줄을 끊는 거대한 도미노의 첫 번째 블록과 같습니다. 지방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닙니다. 그 지역의 '청년 인구 유입을 위한 마지막 댐'이자, 지역 상권을 먹여 살리는 '경제의 모세혈관'이며, 지역의 미래를 이끌 '혁신의 인큐베이터'입니다. 이 댐이 무너지고 모세혈관이 막힐 때, 지역은 어떻게 서서히 죽어가는지, 그리고 졸업생들의 수도권 유출이라는 ..

관계인구라는 새로운 대안: 정주인구가 아닌 생활인구를 늘리는 일본의 성공 사례와 한국형 모델 제안

'관계인구'라는 새로운 대안: 정주인구가 아닌 생활인구를 늘리는 일본의 성공 사례와 한국형 모델 제안대한민국 지자체들은 '정주인구 늘리기'라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각종 귀농·귀촌 지원책과 출산 장려금을 내걸지만,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과 저출산이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 대부분 백전백패입니다. 인구 감소가 제로섬 게임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 지역으로 이사 오세요'라는 외침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 걸까요? 우리보다 먼저 인구 소멸 위기를 겪은 일본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바로 '관계인구(関係人口)'라는 개념입니다. 이는 이주나 전입을 강요하는 대신, 지역과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맺고 꾸준히 방문하며 지역에 활력을 더하는 새로운 유형의 인구를 의미합니다. 본..

성공 신화 뒤의 그늘: 귀농·귀촌 실패율을 높이는 현실적인 문제 5가지와 해결책

성공 신화 뒤의 그늘: 귀농·귀촌 실패율을 높이는 현실적인 문제 5가지와 해결책TV와 유튜브에는 성공한 청년 농부와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즐기는 귀촌인들의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맑은 공기, 직접 키운 작물, 도시의 삭막함에서 벗어난 삶. 하지만 이 장밋빛 성공 신화 뒤에는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수많은 실패와 좌절의 그림자가 존재합니다. 귀농·귀촌 가구의 5년 내 재이주율이 절반에 육박한다는 비공식적 통계는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는 아닐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과 준비 없는 환상을 가지고 농촌의 문을 두드린다는 점입니다. 본 글에서는 수많은 귀농·귀촌 선배들이 눈물로 경험했던, 하지만 미디어는 잘 말해주지 않는 가장 현실적인 실패 요인 5가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낭만적인 ..

빈집 문제의 이면: 철거 vs 리모델링, 지자체별 재정 및 법적 딜레마 심층 비교

빈집 문제의 이면: 철거 vs 리모델링, 지자체별 재정 및 법적 딜레마 심층 비교전국적으로 145만 호를 넘어선 빈집. 이는 더 이상 일부 농어촌만의 문제가 아닌, 도심까지 파고든 우리 사회의 심각한 질병입니다. 붕괴 위험, 쓰레기 무단 투기, 청소년 범죄 장소화 등 빈집이 야기하는 문제는 명확합니다. 해결책 역시 '철거' 또는 '리모델링'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로 단순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겪는 복잡하고 첨예한 재정적, 법적 딜레마가 숨어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공공의 안전'과 '사유재산권 보호'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빈집 문제의 최전선에서, 지자체가 왜 선뜻 철거하지도, 적극적으로 리모델링하지도 못하는지 그 구조적인 딜레마를 심층적으로 비교 분석하고, 현실적인..

건축가 관점에서 본 E폐교 리모델링 전략과 결과

건축가의 시선: E폐교, 공간의 재해석과 미래 가치의 창조건축가에게 폐교는 단순히 낡은 건물이 아니라, 시간의 층위와 잠재력으로 가득 찬 캔버스와 같습니다. E폐교 프로젝트를 처음 마주했을 때, 우리의 과제는 명확했습니다. 과거의 기억을 존중하되 현재의 필요를 수용하고, 미래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 이는 단순한 리모델링을 넘어, 건축적 언어로 과거와 현재가 나누는 대화를 설계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본질을 꿰뚫는 분석을 통해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새로운 기능을 위한 공간을 정교하게 더하며, 지속가능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 이 글에서는 건축가의 관점에서 E폐교가 어떤 전략적 사고를 통해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재탄생했는지, 그 과정과 결과에 담긴 건축적 의미를 심도 있게 풀어보고자 합니다.광고 게재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