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과 함께 재생된 A 폐교의 새로운 비전
폐교 재생의 서막: 변화의 필요성과 역사적 의의

1972년에 설립된 A 폐교는 50년 가까이 마을 아이들의 배움터이자 공동체 중심지였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와 도시 인구 유출이 심화되면서 2016년 문을 닫았다. 빈 교실마다 쌓인 먼지와 낡은 책걸상이 방치되고, 운동장은 잡초가 무성해지며 마을의 기억도 조금씩 사라졌다. 폐교는 단순한 빈 건물이 아니라, 마을의 활력이 꺼져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 되어 주민들의 상실감을 키웠고, 야간에는 청소년들의 비행 장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안전 문제까지 제기되었다.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변화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2019년 지자체, 마을회, 청년 예술가 그룹이 손을 잡고 ‘A 폐교 재생 추진단’을 결성했다. 단순 철거 대신 역사 보존과 재활용을 통해 ‘그린 리노베이션’을 실현하고, 과거의 기억을 현대적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과정은 자원 낭비를 줄이고 탄소 배출량을 낮추는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한 혁신적 프로젝트였다. 특히 추진단은 건물이 가진 시간의 흔적 자체를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했다. 낡은 복도의 마룻바닥, 아이들의 낙서가 남은 벽 등을 무조건 새것으로 덮는 대신, 어떻게 보존하고 새로운 기능과 조화시킬 것인지를 깊이 고민하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 철학을 초기 단계부터 확립했다. 이는 지역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주민 참여 과정: 공청회에서 아이디어 워크숍까지

프로젝트의 출발은 철저한 주민 의견 수렴이었다. 첫 공청회에 120여 명이 참석해 다양한 제안을 냈다. 노년층은 게이트볼장이나 쉼터를, 청년층은 창업 공간이나 카페를 원하는 등 세대 간의 요구가 엇갈리기도 했다. 추진단은 이러한 갈등을 조정하고 합의점을 찾기 위해 이후 매월 두 차례 아이디어 워크숍을 열어 교실 배치, 프로그램 구성, 운영 방식을 구체화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퍼실리테이터를 도입하여 모든 참여자가 동등하게 발언하고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덕분에 초기 갈등은 점차 상호 이해와 공동의 목표 설정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 ‘작은 도서관’과 ‘공유 주방’에 대한 기대가 가장 높았다. 이는 모든 세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통의 공간에 대한 열망이 반영된 결과였다. 이에 따라 옛 교실 2개는 독립형 도서관으로, 1개는 공동 조리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단순한 의견 수렴을 넘어, 주민이 직접 벽화를 그리거나 목공 워크숍에 참여해 공간에 필요한 가구를 함께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공간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도록 유도했다. 함께 땀 흘리며 낡은 공간을 바꾸어 나간 경험은 단순한 물리적 재생을 넘어, 흩어졌던 마을 공동체의 유대를 회복시키는 중요한 과정이 되었다.
공간의 재탄생: 교실부터 야외 정원까지

리모델링은 네 구역으로 나뉘었다. 독서실, 공유 오피스, 공예 교실, 메이커 스페이스 등으로 탈바꿈한 교실 3개와 전시 복도, 강당, 텃밭 및 야외 정원을 조성했다. 특히 메이커 스페이스에는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터를 구비하여 청년들의 창업 아이디어 실현을 지원하고, 공예 교실에서는 지역의 장인들을 강사로 초빙하여 전통 기술의 명맥을 잇는 역할을 맡겼다. 복도는 단순한 통로가 아닌, 마을의 역사를 담은 사진과 졸업생들의 기증품을 전시하는 '기억의 갤러리'로 꾸며졌다. 특히 텃밭은 유기농 재배법을 적용해 초등학교 환경교육에도 활용되며, 세대 간 교류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전기·급수·소방 설비는 최신 기준에 맞춰 교체했고, 옥상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운영비 절감과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동시에 달성했다. 이는 장기적인 운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었다. 건물의 구조 설계에 있어서는 낡은 벽돌 구조를 최대한 보존하여 ‘옛것과 새것의 조화’를 극대화했다. 예를 들어, 옛 교실의 낡은 나무 창틀을 철거하는 대신 보수하여 내부 인테리어의 일부로 재활용하거나, 복도의 닳아빠진 마룻바닥을 그대로 살려 코팅 처리함으로써 건물이 품고 있는 시간의 흔적을 방문객들이 직접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러한 세심한 설계는 공간의 깊이와 매력을 더해주었다.
지속 가능성과 미래 비전: A 폐교의 사회적 가치

첫해 방문자는 1만 7,200명, 재방문율 72%를 기록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주변 상권 매출은 평균 14% 상승했고, 청소년 문화 동아리 등록자는 46% 늘어났다. 이는 폐교가 사람들을 마을로 끌어들이는 ‘앵커 스토어’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말에 열리는 로컬 마켓은 지역 농산물의 판로를 열어주고, 방문객들이 마을의 다른 가게들도 둘러보게 만드는 '분수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89%의 주민이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문화적 즐거움을 넘어 공동체 소속감과 자부심이 회복되었음을 의미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재원은 지자체 보조금, 사회적 금융, 기업 후원, 시설 대관 수익으로 다각화되어 안정적이다. 특정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는 이 구조는 외부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지속가능성의 핵심이다. 앞으로 겨울철 난방 효율화, 휠체어나 유모차도 불편 없이 다닐 수 있는 무장애 접근성 강화, 그리고 인근 마을과의 협업 네트워크 구축이 과제다. A 폐교의 성공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다른 유휴 공간이나 관광 자원과 연계하여 시너지를 창출하고, 지역 전체의 매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장기적으로 ‘A 폐교 재생 연합회’를 발족해 성공 노하우와 시행착오의 경험을 담은 매뉴얼을 제작하고, 전국 유사 사례를 공유·확산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구분 | 주요 내용 | 비고 |
---|---|---|
사회적 성과 | 연간 방문자 1.7만 명, 재방문율 72%, 삶의 질 향상 89% | 주민 만족도 및 참여도 매우 높음 |
경제적 성과 | 주변 상권 매출 14% 상승, 청소년 동아리 46% 증가 | 직·간접적 경제 파급효과 발생 |
재정 모델 | 지자체 보조금, 사회적 금융, 기업 후원, 대관 수익 | 안정적 재원 다각화 성공 |
향후 과제 | 난방 효율화, 무장애 접근성 강화, 협업 네트워크 구축 |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노력 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