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마을 사업의 명과 암: 성공 마을과 2년 만에 사라진 마을의 결정적 차이
1. 지방 소멸의 대안? '청년마을'이라는 새로운 실험

'수도권 공화국'이라는 말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지금, 지방 소멸은 눈앞에 닥친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행정안전부가 2018년부터 시작한 청년마을 사업은 한 줄기 빛과 같은 기대를 모았습니다. 지역의 유휴 공간을 활용하여 청년들에게 창업, 주거,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청년 유입과 정착을 유도하겠다는 야심 찬 구상이었죠.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가 저마다의 특색을 내세워 청년들을 불러 모았고, 실제로 일부 마을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성공 사례로 떠올랐습니다. 이 실험은 과연 텅 비어가는 농어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기댄 일시적인 이벤트로 끝나게 될까요? 그 명암을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이미 현장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2. 마을에 '색'을 입히다: 성공한 청년마을의 공통 DNA

성공적으로 안착한 청년마을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집니다. 바로 마을 고유의 정체성, 즉 '색'이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청년이 모여 사는 공간을 넘어, 지역의 자원과 청년의 아이디어를 결합한 강력한 로컬 브랜딩에 성공했습니다. 예를 들어, 바닷가 마을이라면 서핑 문화를 중심으로, 오래된 양조장이 있는 곳이라면 막걸리 빚기 체험과 펍(Pub)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이 운영하는 카페나 식당, 편집숍 등은 단순한 가게를 넘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앵커 스토어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렇게 형성된 자생력은 외부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이는 다시 청년들의 소득으로 이어져 선순환 구조를 만듭니다. 성공한 마을은 지역 연계를 통해 고립되지 않고, 청년들의 활동이 지역 경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자생적 생태계를 구축한 곳입니다.
3. '2년짜리 프로젝트'의 덫: 지원금이 끊기면 사라지는 마을들

반면, '암(暗)'의 이면은 생각보다 훨씬 냉혹합니다. 많은 청년마을이 정부 지원 의존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2~3년의 지원 기간이 끝나면 동력을 잃고 흩어집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 부재입니다. 지원금으로 인건비를 충당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익숙해진 나머지,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지 못한 것입니다. 또한, 소수의 헌신적인 리더에게 모든 짐이 집중되면서 발생하는 리더 번아웃 현상도 심각합니다. 여기에 더해, 청년들의 활동이 기존 원주민과의 갈등을 유발하거나, 그들의 삶과 겉돌면서 지역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결국 '청년마을'이 '청년들의 정착지'가 아닌 '2년짜리 체험 프로젝트'로 전락하면서, 지원금 소진과 함께 마을은 이름만 남긴 채 사라지게 됩니다.
4. 홀로 선 영웅 vs 함께 가는 팀: 리더십의 결정적 차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첫 번째 결정적 차이는 바로 '리더십'의 형태에 있습니다. 실패하는 마을은 카리스마 넘치는 '영웅' 한 명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기획부터 운영, 회계, 홍보까지 리더 한 명이 감당하다 보니, 번아웃이 오는 순간 마을 전체가 흔들립니다. 하지만 성공한 마을의 핵심 주체는 개인이 아닌 '팀'입니다. 기획, 디자인, 마케팅, 재무 등 각기 다른 강점을 가진 청년들이 모여 체계적인 역할 분담을 합니다. 이들은 초기부터 팀 빌딩에 공을 들이고, 수평적인 의사소통 구조 속에서 함께 성장하며 위기를 극복합니다. 리더는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역량을 끌어내고 조율하는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지속가능한 리더십 구조는 특정 개인의 부재에도 흔들리지 않고 마을이 계속 나아가게 하는 가장 강력한 엔진이 됩니다.
5. 그들만의 '섬'이 될 것인가, 마을의 '활력소'가 될 것인가

두 번째 결정적 차이는 '관계'에 있습니다. 실패하는 마을은 종종 외부에서 온 청년들만의 '섬'이 됩니다. 그들만의 파티를 열고, 그들만의 언어로 소통하며 기존 마을과는 보이지 않는 벽을 쌓습니다. 이는 원주민들의 경계심을 키우고, "시끄럽고,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을 하는 외부인"이라는 인식을 낳습니다. 결국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해 고립되고 말죠. 반면, 성공하는 마을은 '관계 맺기'의 명수들입니다.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스마트폰 교실을 열고, 동네 아이들과 함께 작은 축제를 기획하며, 지역의 농산물을 자신들의 카페 메뉴로 개발하는 등 적극적인 상생 협력을 시도합니다. 이러한 세대 통합 노력은 단순한 이미지 관리를 넘어, 청년들이 마을의 진짜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끈끈한 신뢰 구축을 통해 유사시 든든한 지원군을 얻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들은 마을의 '활력소'가 되어 함께 성장합니다.
6. 일회성 지원을 넘어, '지속가능한 정착'을 위한 정책 제언

결론적으로 청년마을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일회성 지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정책 제언의 핵심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시스템 구축입니다. 첫째, 2~3년의 단기 지원이 아닌, 성과에 따라 최장 5~10년까지 지원하는 중장기 지원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둘째, 사업 선정 단계에서부터 아이디어의 참신함보다 팀의 역량, 비즈니스 모델의 구체성, 지역사회와의 연계 계획을 비중 있게 평가해야 합니다. 셋째,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비즈니스, 재무, 갈등 관리에 대한 전문 멘토링 시스템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성공한 마을과 신규 마을이 교류하며 노하우를 공유하고 협력 사업을 모색할 수 있는 공식적인 네트워크 구축이 시급합니다. 청년마을은 단순한 인구 늘리기 사업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을 키우는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항목 | 현재 방식 | 개선 방향 |
---|---|---|
지원 기간 | 2~3년 단기 프로젝트 | 5년+@ 마일스톤 기반 중장기 지원 |
평가 기준 | 아이디어, 사업 계획서 | 팀 역량, 수익 모델, 지역 연계성 |
지원 내용 | 주로 사업비(자금) 지원 | 자금 + 전문 멘토링/컨설팅 의무화 |
사후 관리 | 제한적 | 졸업 마을 간 네트워크 구축 및 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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