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뱀골'과 '뒷산'은 없고 '그린빌 1차'만 남았다: 아파트 단지가 지우는 토착 지명 1. 내비게이션에도 없는 이름, '말죽거리'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땅에도 본래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밤나무가 많던' 율동(栗洞), '긴 개울이 흐르던' 장천(長川)처럼, 그 이름에는 땅의 생김새와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그 이름들을 잃어버렸습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수백 년 된 마을의 이름은 '힐스테이트', '더샵퍼스트월드', '센트럴파크' 같은 국적 불명의 이름으로 대체되었습니다. 과거旅人들이 한양으로 향하며 말에게 죽을 끓여 먹였다던 '말죽거리'는 이제 양재역 ..